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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From 런던 To 서울, 팔라스가 걸어온 길 Ep.02

VHS, 패러디, 축구, 음악, 팔라스가 지향하는 가치들
민스 ∙ 읽음 1,339 ∙ 2024.02.02
From 런던 To 서울, 팔라스가 걸어온 길 Ep.02

팔라스의 서울 상륙을 기념하며 전개하는 시리즈 콘텐츠 <From 런던 To 서울, 팔라스가 걸어온 길>이 두 번째 에피소드로 돌아왔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창립자 레브 탄주의 이야기부터 팔라스의 시작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팔라스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로파이(Lo-Fi) 미학

레브 탄주는 팔라스의 전신 ‘PWBC’의 리더로서 VHS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촬영해 이를 팔아 크루의 운영 자금을 모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저화질의 영상은 오늘날까지도 팔라스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PWBC 시절 탄주는 오래된 모토로라 폴더폰으로 영상을 찍었는데, 그 영상들은 날 것인 동시에 흐릿했다. 

From 런던 To 서울, 팔라스가 걸어온 길 Ep.022000년대 들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스케이트 산업 역시 높은 화질과 서라운드 사운드 등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팔라스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저화질의 영상을 촬영했고, 그 속에 담긴 로파이 미학은 팔라스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게 만들었다. 영상에 담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쿨한 태도는 스케이트의 본질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흐릿함은 HD가 아닌 스케이트 영상이 나오던 시절의 향수와 상상력을 자극했고 신선함을 선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레브 탄주와 팔라스 멤버들은 저화질의 영상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이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패러디

패러디는 VHS 영상과 함께 팔라스의 정체성 중 하나로 평가되는 요소다. VHS 영상이 스케이트보드 신을 중심으로 팔라스가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라면, 패러디는 대중들이 팔라스라는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들었다. 팔라스는 브랜드의 초창기 베르사체, 샤넬 등의 로고를 패러디하며 스케이트 문화의 대표적 정신 ‘반항성’을 보여줬다. 패러디 자체로도 이목을 끌었고 리한나(Rihanna)가 베르사체 패러디 티셔츠를 착용한 것이 포착되기까지 하며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이외에도 팔라스는 페이-팔(pay-pal)을 펠리-팔(pally-pal), 파나소닉(panasonic)을 패러디한 팔라소닉(palasonic) 등 다른 브랜드의 로고를 패러디한 작업물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영국’적인 것

팔라스를 수식하는 표현 중 자주 보이는 게 있다. 바로 “영국의 슈프림”. 슈프림처럼 자국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활성화했고 영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이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표현이지만, 팔라스에게 영국이란 단순히 출신지를 이야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국에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과 영국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활성화하고 싶다는 게 브랜드를 시작한 이유였으니 말이다. 팔라스는 축구, 펍과 맥주, 음악 등 가장 영국스러운 문화에 집중해 영국의 노동자 계층과 젊은 층이 즐겨 있는 쉘탑, 윈드브레이커와 축구 저지 등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축구와 펍

영국 문화에 대한 팔라스의 관심은 비단 제품 뿐만 아니라 콜라보레이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2년 엄브로와의 콜라보에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잉글랜드 대표팀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저지와 펍에서 축구를 보는 VHS 영상을 공개하며 영국 축구 문화를 제대로 보여줬다. 

2013년에는 리복과 콜라보를 통해 신발을 출시하며 영국의 스트리트 문화를 보여줬다. 참고로 리복이 미국 시장에선 농구와 관련된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영국 내에서는 스트리트 문화에 더 밀접한 브랜드이다. 레브 탄주와 가레스 스큐이스는 자신들은 스케이트를 탈 때도, 펍에 갈 때도 항상 리복을 신고 다녔다고 밝히며 자신들의 스트리트 정체성을 나타냈다. 

엄브로와 리복처럼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아닌 아디다스, 구찌 등 글로벌 브랜드와 콜라보를 할 때도 팔라스는 여전했다. 패러디와 축구,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걸 고스란히 녹여냈다. 

음악

음악은 스트리트 문화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다. 팔라스 역시 음악, 특히나 영국에서 파생된 음악 문화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80년대 말의 레이브 문화는 팔라스의 사이키델릭한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으며, 2000년대 초반 영국의 클럽 문화 또한 팔라스에 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과감한 색 조합을 비롯해 프리미엄 가죽 신발, 모스키노와 베르사체 등 당시 클럽 문화의 유니폼과도 같았던 브랜드들의 레퍼런스는 팔라스의 제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음악에 대한 팔라스의 사랑은 단순히 영감을 받은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더 트릴로지 테이프(The Trilogy Tapes)라는 런던의 음반사와 협업을 통해 한정판 바이닐을 발매하는가 하면, 컬렉션에 바이닐을 포함하기도 했다. 

From 런던 To 서울, 팔라스가 걸어온 길 Ep.02

또 애플 뮤직과 손을 잡고 플레이리스트를 독점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공간음향부터, DJ 믹스, 팔라스의 VHS 영상에 사용된 음원을 모은 플레이리스트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팔라스만의 감성을 담은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면 참고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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